며칠 전 부모님과 통화를 하는데 요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물으셨다 그래서 장난 삼아 일전에 쓴 걸 일기랍시고 읽어드렸다
그냥 이렇게 살리라
벽을 잠으로 칠하면서
축축한 꿈으로 베개를 적시며
방 한구석에 곰팡이로 슬어서
상한 우유처럼 조용히 끓는
저녁 공기를 들이 마시며
째깍 거리는 시계 바늘은
나 굳지 않게 저어주겠지
엄마는 웃으셨다 긴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고요한 방 안에서 어둑어둑한 창밖을 보면 지독히도 불행할 때가 있는데 그 때 느끼는 체념과 불안을 과장하여 털어놓는 농담이었다 나의 엄살과 자조를 엄마는 익히 알고 계셨다 그러나 아버지는 왠지 마음이 편치 않으신 모양이었다 염세주의를 피하라 하셨다 희망을 주어야 한다고 그래서 나는 나도 희망을 주고 싶다고 그러나 희망을 주는 글이 꼭 희망적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붕구의 보들레에르 평전을 보면 머리말에 이러한 대목이 있다 한국전쟁의 포화 속 포로생활을 하면서 읽었던 여러 시인들의 안락한 서재에서 읊는 지성인들의 교양과 보기 좋게 담긴 지성의 은은한 향기 가운데, 불씨로 이 지옥같은 지상까지 내려와 정말로 그의 마음을 후벼 파고 들어왔던, 누더기를 입은 그의 처지를 눈물로 감싸 안아준 것은 오히려 그렇게도 타락했던, 그렇게 똑같이 불행했던 시인 보들레에르였다
긍정이 강요되는 시대일지도 모르겠다 지친 젊은이들의 맘을 위로한다며 강연을 다니고 리더십 스쿨을 여는 멘토 여러분들 젊게 사시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불만을 방지하는 사회적 장치이다 인생은 아름답다 하나 결과론적인 판단에 불과하다 우리는 분노가 필요하다? 자신의 행운을 뽐내는 것 만큼 추한 것도 없다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디즈니 만화영화 같은 허구의 창조이다 무관심이고 무책임이다 긍정의 힘이라는 책을 낸 목사의 기름진 얼굴에 퍼진 만족스런 미소와 크게 벌린 콧구멍에 하드커버 성경전서를 꽂아주고 싶었다
추수감사절 주간이었다 이국의 명절이지만 친구들과 저녁도 만들어 먹고 이웃 집에 초대도 받고 멀리서 온 졸업한 선배도 만나며 즐겁게 지냈다 그러나 불과 며칠 전에 한 학우의 자살 기도가 있었다 같은 기숙사에 사는 친구는 그가 항상 웃는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해 주었다 나는 문득 소리내어 외치는 개인의 감사가 불행한 누군가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았다 교회당에서 항상 들려야 할 소리가 과연 감사인지 의문이 들었다 추수감사절의 전형인 초막절의 감사에는 선행과 구제가 뒤따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독교의 중심에 놓인 가시 면류관과 십자가는 이런 면에서 의심 많은 나를 붙잡아준다
그냥 이렇게 살리라
벽을 잠으로 칠하면서
축축한 꿈으로 베개를 적시며
방 한구석에 곰팡이로 슬어서
상한 우유처럼 조용히 끓는
저녁 공기를 들이 마시며
째깍 거리는 시계 바늘은
나 굳지 않게 저어주겠지
엄마는 웃으셨다 긴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고요한 방 안에서 어둑어둑한 창밖을 보면 지독히도 불행할 때가 있는데 그 때 느끼는 체념과 불안을 과장하여 털어놓는 농담이었다 나의 엄살과 자조를 엄마는 익히 알고 계셨다 그러나 아버지는 왠지 마음이 편치 않으신 모양이었다 염세주의를 피하라 하셨다 희망을 주어야 한다고 그래서 나는 나도 희망을 주고 싶다고 그러나 희망을 주는 글이 꼭 희망적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붕구의 보들레에르 평전을 보면 머리말에 이러한 대목이 있다 한국전쟁의 포화 속 포로생활을 하면서 읽었던 여러 시인들의 안락한 서재에서 읊는 지성인들의 교양과 보기 좋게 담긴 지성의 은은한 향기 가운데, 불씨로 이 지옥같은 지상까지 내려와 정말로 그의 마음을 후벼 파고 들어왔던, 누더기를 입은 그의 처지를 눈물로 감싸 안아준 것은 오히려 그렇게도 타락했던, 그렇게 똑같이 불행했던 시인 보들레에르였다
긍정이 강요되는 시대일지도 모르겠다 지친 젊은이들의 맘을 위로한다며 강연을 다니고 리더십 스쿨을 여는 멘토 여러분들 젊게 사시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불만을 방지하는 사회적 장치이다 인생은 아름답다 하나 결과론적인 판단에 불과하다 우리는 분노가 필요하다? 자신의 행운을 뽐내는 것 만큼 추한 것도 없다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디즈니 만화영화 같은 허구의 창조이다 무관심이고 무책임이다 긍정의 힘이라는 책을 낸 목사의 기름진 얼굴에 퍼진 만족스런 미소와 크게 벌린 콧구멍에 하드커버 성경전서를 꽂아주고 싶었다
추수감사절 주간이었다 이국의 명절이지만 친구들과 저녁도 만들어 먹고 이웃 집에 초대도 받고 멀리서 온 졸업한 선배도 만나며 즐겁게 지냈다 그러나 불과 며칠 전에 한 학우의 자살 기도가 있었다 같은 기숙사에 사는 친구는 그가 항상 웃는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해 주었다 나는 문득 소리내어 외치는 개인의 감사가 불행한 누군가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았다 교회당에서 항상 들려야 할 소리가 과연 감사인지 의문이 들었다 추수감사절의 전형인 초막절의 감사에는 선행과 구제가 뒤따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독교의 중심에 놓인 가시 면류관과 십자가는 이런 면에서 의심 많은 나를 붙잡아준다
위로하여라, 위로하여라. 나의 백성을.
-너희의 하느님께서 말씀하신다.-
예루살렘에게 다정히 말하여라.
이제 복역기간이 끝나고
죗값이 치러졌으며
자기의 모든 죄악에 대하여
주님 손에서 갑절의 벌을 받았다고 외쳐라.
이사야 40:1-2
위로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진정한 희망은 너만의 행복보다는 우리 모두의 불행 가운데 있을 것이다
위로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진정한 희망은 너만의 행복보다는 우리 모두의 불행 가운데 있을 것이다
Posted by 낭비